기타

심마니 세계

신사1 2009. 5. 18. 22:14

이들이 입산하여 활동하는 시기는 대체적으로 눈이 녹기 시작하는 3월 중순부터 시 작하여 12월 중순 초겨울까지 약 9개월
여간에 이른다. 이 기간 중에서도 그들의 경험 상(經驗上)가장 좋다고 평가하는 시기는 처서(處暑)에서부터 입동(立冬)을
전후하는 시기로서 사실, 이즈음에 채삼(採蔘)한 산삼이 가장 보기가 좋고 약효도 월등하다고 전해진다.

심마니들은 자신이 입산하는 날을 굳이 1,3,5,7일 등 소위 양(陽)의 수를 가진 일자로 택일(擇日)하는 것이 보통 인데 , 이는
그와 같은 날이야말로 액이 없고 길(吉)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의 수를 지닌 날짜라고 할지라도 그 날이 공교롭게도 '호랑이 날'이면 그런 날은 극구 피하는 것이 그들의 관습이다.
이는 호랑이를 산신의 화신(化身)으로 여기는 심마니 고유의 사고(思考)에서 비롯되는데, 바로 자신의 입산에 산신이 노하여
해(害)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들의 양수에 대한 믿음은 대단하여 같이 동행하는 일행의 인원 또한 반드시 길한 수인 양(陽) 의 수 만큼으로 구성한다.
심마니들은 산에서의 외로움과 위험 등을 덜기 위하여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소규모로 무리를 지어 입산하는
것이 보통이다.

일단 그렇게 양수(陽數)의 날로 입산날짜가 정해지면 심마니들은 그 때부터 미리 신령과의 교감을 갈구하고 그 신성한 관계를
위하여 예(禮)를 다한다. 이때부터는 철저한 근신 생활을 영위하게 되는데, 살생은 물론이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사체(死體)도 보지 아니하며 술과 육류 및 생선 등과 같은 기름기나 비린 것 등을 절대 금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는다.

심지어는 아무리 친분이 깊은 관계라고 할지라도 초상집이나 잔치 집, 제사집도 방문하지 않고 인척상주(喪主) 조차 만나지
않을 정도로 그 근신의 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물론 이러한 근신생활은 입산과 산중생활 속에서도 계속되는데, 하다 못해 산중(山中)에서도 가급적이면 대화는 삼가고,
굳이 말이 필요할 경우에라도 그들만이 알 수 있는 독특한 은어로만 대화한다. 산삼을 점지(點指)해준다고 믿고 있는 산신의
신성한 영역에 있어 인간의 말소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불경(不敬)이요, 더구나 속세의 언어가 그대로 이입(移入)된다는 것은
산신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이 심마니들의 생각이다.

이들은 근신과 더불어 입산하기 이전에 일행이 모여 몫의 차지 방법을 미리 정한다. 그 점유방식으로는 대체적으로 두 가지가
있는데, 일행 중 누가 먼저 발견하던지 캐어낸 산삼을 일행 모두가 골고루 공평하게 나누어 갖는 방법을 ' 원앙메'라고 하고,
일행 중 누구든지 먼저 발견한 사람이 그 삼을 독차지하는 것을 '독메'라고 한다.

'독메'의 경우, 삼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 '심봤다'를 세 번 외치게 되면 다른 일행들은 무조건 자신의 행동을 멈추고 모두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발견자가 자기 시야(視野)에 들어오는 모든 산삼에다 표시를 한 후에 야 비로소
발견된 삼을 보고 표시가 안된 삼만을 찾아 자기 몫으로 챙기게 된다.

이처럼 심마니들이 갖고 있는 진정한 산사람으로서의 순리와 질서는 오늘날의 생활에 있어 또 다른 양심의 궤를
반추(反芻)토록 하기에도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이들이 산으로 들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산중에서 기거할 '모둠'이라는 이름의 움막 즉, 임시거처(臨時居處)를 짖는 일이다.
죽은 나뭇가지를 얽어매고 떨어진 풀 잎새를 긁어 모아 덮어 씌어 지은 모둠 앞에는 반드시 '황득'이라고 하여 맹수와 추위
방지를 위해 모닥불을 피워 놓는다.

물론 요즈음에는 심마니 고유의 언어를 비롯하여 이러한 모둠의 형식이 서양식 텐트나 간이침낭 등 현대문명의 이기(利器)에
밀려 별로 보기는 힘들게 되었지만, 아직도 일각에서는 그러한 전통의 습속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데 그나마 위안을 삼게
된다.

움막을 지은 다음 이들 심마니들이 가장 중시하며 우선적으로 서두르는 일은 산신에 대한 인사로서 입산제(入山祭),산신제를
올리는 일인데, 물론 개개인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이후에라도 조석(潮汐)으로 계속 지낸다.

산신제는 물이 가까운데 있는 고목(古木)이나 커다란 바위 아래에다 간단히 단을 쌓고 제물을 바쳐 지내는데, 심마니들은
이런 제례 광경을 외부의 다른 사람들이 보게 되면 부정을 탄다고 여기기 때문에 자기들끼리만 은밀하게 지내는 것이
통상적이다.

이렇게 산신제를 지낸 다음에는 산신으로부터 우선 좋은 꿈부터 점지받기 위하여 잠을 청하게 된다. 이 때는 예전에 산삼이
나왔던 구덩이 즉, 구광(舊壙) 방향으로 지정해주는 어인마니의 지시대로 그 쪽에다 머리를 두고 반듯한 자세로 누워
자야만 길몽(吉夢)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심을 본 이후에는 우선 산삼에게 절을 올린 뒤 파삼(跛蔘)이 안되도록 뿌리를 중심으로 보다 넓고 깊게 파면서 혹여 실뿌리
하나라도 다칠 새라 온갖 정성을 다 쏟아 붓는다. 그렇게 산삼을 캔 뒤 반드시 그 자리에다 제단을 만들고 산신제를 올린다.

곧, 산신에 대한 보은(報恩)의 제례인 것으로써 지상 최고의 영물이 있도록 한 자연에 대한 인간다운 사례(謝禮)의 단면이다.
정직한 마음과 산에 대한 존경심이 없이 사리사욕(私利私慾)으로만 산삼을 캐려고 하는 사람은 평생을 두고도 결코 산삼을
구하지 못한다는 것이 심마니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단편적이나마 이와 같은 심마니들의 세계를 살펴보면 산삼의 귀함도 귀함이려니와 올바른 마음가짐과 자연의 숭고함에 대한
심마니들의 의식(意識)은 더할 나위 없이 귀하고 고귀함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세월이 흐를수록 심마니들의 숫자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에 있어 수년 전만 하더라도 백 수십 여명에
이르던 사람들이 이제는 전국 각지에 수십여명에 불과하다.

 


분주한 입산첫날을 보내고 이튿날은 아침식사를 일찍 마치고 어인마니의 출발신호에 따라 탐삼의 길에 나선다. 수풀을
헤치고 산등성이와 계곡을 어인마니의 뒤를 다르면서 산삼을 찾는다. 어떤 지점에 도착하면 어인마니는 산삼이 있을 만한
곳을 골라 일동에게 분산하여 정밀탁색에 들기를 명한다.

그들은 큰 소리로 서로 연락이 가능한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산삼 찾기에 열중한다. 돌아올 때 길을 잃지 않기 위하여
나뭇가지를 꺾거나 큰나무의 껍질을 벗기거나 바위에 돌을 얹어 놓는 등 자기들만 알 수 있는 길 표시를 해둔다.

드디어 운 좋은 심마니가 산삼을 발견하면 큰소리로 세 번 심봤다고 외치고, 가지고 있던 지팡이를 산삼이 잇는 곳의 부근에
꽂는다. 만일 지팡이가 없으면 그곳에 앉는다. 그런데 발견한 곳이 전혀 팠던 흔적 없는 곳에서 새로 발견했을 때에는
그 자리를 생자리라 하고, 몇 년이든 누군가에 의하여 채삼되었던 곳은 구광자리라 한다.

일동은 이 소리를 들으면 사방에서 생자리 혹은 구광자리로 모여든다. 어인마니는 산삼을 처음 발견한 심마니에게 부근에
산삼이 더 잇는지를 조사하도록 명한다. 산삼이 발견된 부근에는 보통 몇 뿌리가 더 발견되는 것이 예사이기 때문이다.
부근에 산삼을 더 발견했을 때에도 전과 같이 한다.

심마니들의 세계에서는 그 부근에 있는 산삼의 채취권까지 선점자에게 부여하는 것은 오랜 관습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하여 선점자가 주위를 두루 살핀 다음 자기 몫 이외의 것을 못찾으면 주위의 탐색권을 동료들에게 허락한다는 선언을
하게 된다. 허락이 있기까지는 다른 심마니들은 함부로 이일에 가담할 수가 없다.

발견된 산삼은 어인마니의지시에 따라서 반 평 가량의 넓이에서부터 나무막대로 캐기 시작한다. 산삼을 캐는 도구를
이용하여 캔다. 파낸다 하지 않고 돋군다고 한다. 돋구는 일은 어인마니 혼자서 하기도 한다. 물론 경험 많은 심마니라면
스스로 할 수 있다.

산삼은 실오라기만한 뿌리 한 개라도 다치지 않게끔 조심스럽게 캐야 한다. 부정하거나 정성이 부족하면 삼이 놀란다고
하여, 다친 삼을 경삼이라 한다. 경삼은 삼의 품질 평가에서 큰 흠으로 본다.

채굴을 완료한 삼은 부근에 있는 바윗돌이나 땅 위의 이끼를 뜯어 둘러주고 참나무껍질 등으로 상하지 않게 덮어 간수한다.
출산하는 날짜가 많이 남아있으면 어인마니와 채삼자만이 아는 극비의 장소에 다시 묻어준다.

산삼은 파낸 자리에 엽전이나 동전 몇 개를 넣고 흙으로 덮어두는, 이것은 산신과 지신에 대한 감사와 예물로 드리는 것이다.

일차로 산삼이 채굴되면 그 다음부터는 산삼의 문이 있는 방향으로 산삼이 더 있다고 하여 그곳으로 산삼을 찾으러 나선다.
그러기에 산삼을 발견하면 그 산삼의 문 방향을 반드시 조사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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